스타링크 빗장 걸리자, 전선이 뒤집혔다
전쟁의 흐름을 바꾼 건 미사일도, 전차도 아니었다. 위성 인터넷 하나가 꺼지자 전선 수백 킬로미터가 요동쳤다. 스페이스X가 러시아군의 스타링크 무단 사용에 제동을 건 직후, 우크라이나군은 단 5일 만에 2년 반 만의 최대 규모 영토를 되찾았다.
AFP통신이 전쟁연구소(ISW)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남부 자포리자 인근 최전방에서 201제곱킬로미터의 영토를 탈환했다. 이는 러시아군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점령한 면적에 육박하는 규모로, 2023년 6월 반격 이후 최단 기간 최대 면적 탈환 기록이다. 탈환 지역은 자포리자에서 동쪽으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집중됐으며, 지난해 여름 이후 러시아군이 꾸준히 전진하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번 전황 변화의 핵심에는 스타링크 차단이 있다. 전 세계 9000기 이상의 저궤도 위성을 운용하는 스타링크는 고속 통신과 전파 방해에 대한 강한 내성을 갖춰 전장의 핵심 통신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군은 일부 드론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장착해 전자전 재밍을 우회하며 실시간 정밀 타격을 수행해왔고, 최전방 지휘 체계 유지에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서방 제재로 공식 수출이 금지돼 있음에도 러시아군은 위조 서류와 제3국 경유 등 불법 루트를 통해 단말기 수천 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X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 영토 내 모든 단말기에 재검증 절차를 적용하고,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된 기기만 활성화되도록 했다. 시속 90킬로미터 이상으로 이동하는 기기는 자동 중단시켜 군용 차량이나 드론에 장착된 불법 단말기를 무력화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1일 X에 러시아의 무단 사용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차단 직후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통신과 지휘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랐고, 9일 하루를 제외하면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스페이스X의 결단 뒤에는 우크라이나 신임 국방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의 외교적 설득이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군 부사령관 출신 로마넨코 중장은 알자지라에 페도로프가 어떻게든 머스크와 문제를 해결해냈고, 이는 이전에 해결하지 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달 중순 기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19.5퍼센트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1년 전 18.6퍼센트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위성 하나로 전선이 뒤집힌 이번 사례는 현대전의 승패가 통신 인프라의 장악에 달려 있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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